11 / 25 (토) 바깥에 갇히다
저녁스케치
2017.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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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현관문에는 번호키가 달려있다 세 번, 비밀번호를 잘못 누르면 가차 없이 문이 나를 거부한다 쓰레기를 버리러 나왔다가 지갑도 휴대폰도 없이 제대로 바깥에 갇히고 말았다

안과 밖이 전도되는 순간
열리지 않는 문은 그대로 벽이 된다

계단에 앉아 있는 30분 동안
겨울이 왔다
바람은 골목을 넓히려는 듯 세차게 불고
추위를 모르는 비둘기는
연신 모이를 쪼아댄다

내 것이면서 내가 어쩌지 못하는 것이
어디 문 뿐이겠는가
낡을대로 낡은 현수막이
바깥에 갇힌 나를 반성도 없이 흔든다

걸터앉은 계단이
제멋대로 흩어지는 길 위의 낙엽이
새들이 자유롭게 풀어놓은 허공이
나를 구속하고 있는 바깥이라니!

안으로 들어갈 수 없는
나는 지금 바깥이다

정용화 시인의 <바깥에 갇히다>


출입문 뿐일까요?
사람의 마음의 문에도 비밀번호가 있다고 합니다.
우리는 서로의 비밀번호를 공유하며
친구가 되고, 연인이 되고, 부부가 되죠.
하지만 그 비밀번호는 상대방의 상황에 따라
시간에 따라, 마음상태에 따라 바뀌기 때문에
상대에게 무심하면 문은 언제든 벽이 될 수 있지요.

문이든 사람이든
늘 상대에게 관심을 가져야 문을 열 수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