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 11 (수) 은행알의 맛
저녁스케치
2017.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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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딱 열개만 먹으라고 했다
당신은 신문지를 펼쳐놓고
펜치로 껍데기를 쪼개
은행알을 입에 넣어준다.
조그만 박 같은 껍데기가 딱딱 벌어지는 소릴 들으면서
당신과 나는 눈짓도 낭비하지 않고
괜한 몇마디 말도 섞지 않는다.
이 맛은 어떻게 왔을까,
공룡이 쉬던 중생대의 은행나무 그늘에서 왔을까,
공룡의 성대는 불룩한 자루처럼 길쭉할까
당신의 옆모습은 그저 무심결이네,
방금 거대한 황금빛과 공룡의 긴꼬리가
머릿속의 터널을 빠져나간 줄도 모르고

내일 또 우리는 은행알을 먹겠네, 당신과는 상관없이
식도를 타고 구불구불하게 내려가는 과거의 먼 길을 생각하면서
초식공룡의 위장 속에 남은 풀씨 같은 것을 생각하면서
우리는 한 이불을 덮고 잠이 들겠네

신미나 시인의 <은행알의 맛>


가을에는 잘 구운 은행이 별미죠.
탱글탱글하면서 부드러운 은행을 입안에 넣으면
깊은 가을의 향이 느껴지는 듯한데요.
은행은 너무 많이 먹으면 독이라고 하죠?
하루에 딱 열 알씩만 먹으며
가을을 천천히 음미해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