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가까운 땅에서
숨결과 같이 일더니
가을은
머나먼 하늘에서
차가운 물결과 같이 밀려온다.
꽃잎을 이겨
살을 빚던 봄과는 달리
별을 생각으로 깎고 다듬어
가을은
내 마음의 보석을 만든다.
눈동자 먼 봄이라면
입술을 다문 가을
봄은 언어 가운데서
네 노래를 고르더니
가을은 네 노래를 헤치고
내 언어의 뼈마디를
이 고요한 밤에 고른다.
김현승 시인의 <가을>
봄가을로는 기온차가 비슷하니까
봄에 입던 옷을 가을에 다시 꺼내 입죠?
하지만 같은 옷을 입어도
봄이 온 길과 가을이 물든 길을 걷는 느낌은 아주 다릅니다.
이제 옷자락을 여미며 웅크리게 되는 가을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