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내 등에
점점 커가는 콩알만 한 혹 하나가 생겼는데
손이 닿지 않아 만질 수도 없고
거울로 비쳐봐도 잘 보이지도 않고
가끔 가려운 듯하면서 신경을 긁는다
손수 칼 잡을 때 같으면
친구 이리 와 그까짓 것 문제없어
하고 손쉽게 떼어내 줄 것 같은 것이지만
지금 나에게는
그렇게 해줄 만한 친구 하나 없다
나온 지 오래 됐어도 근무했던 병원에 가면
마음 써줄 후배나 제자도 있겠지만
그 까다로운 수속이며 절차며
어쩔 수 없이 번호가 되어 기다려야 하고
그 밖의 처지들을 생각하니 눈물이 난다
번지도 잘 모르는 곳에서 눈물이 난다
손기섭 시인의 <혹>
시인은 외과의사 출신이지만
퇴직을 한 후에는
등에 난 작은 혹 하나 살피는 것도 어려워졌으니
얼마나 슬펐을까요.
인생의 황금기만 떠올리면
나이든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지는게
그게 인생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