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일을 하더라도
몇 해 전에는 느렸으나
요즘엔 제법 빠르다
방안을 청소기로 쓸고 대걸레로 닦는 청소,
개수대에 물을 틀어놓고 식기를 씻는 설거지,
의당 아내가 맡아서 하는 가사로 여겨
일상 하지 않았던 일들을 시작한 것은
직장을 그만두고부터인데
일이 손에 익은 이유를 생각해 보니
자주 해보았기 때문이 아니라
계속할 시간이 별로 남지 않았다는 걸
내가 알고 있어서다
운동을 하더라도
몇 해 전에는 서툴렀으나
요즘엔 꽤 익숙하다
둔치에 나가서 앞만 보고 걷는 러닝,
제자리에서 호흡에 맞춰 하는 스트레칭,
길을 갈 땐 두리번거리며 갔고
길에 서 있을 땐 움직이지 않고 서 있었는데
운동이 몸에 익은 이유를 생각해 보니
자주 해보았기 때문이 아니라
계속할 시간이 별로 남지 않았다는 걸
내가 알고 있어서다
하종오 시인의 <능수(能手)의 이면사>
뭐든 할 수 있을 때는 꼭 내가 해야될 일이 아니면
하기가 싫어집니다.
'내가 아니어도 누가 하겠지'
아니면 '나중에 하지 뭐'
그러나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점점 줄어들면서
예전에 하기 싫었던 일들도 하게 됩니다.
뭔가를 할 수 있는 시간들이 많지 않은 걸 알게되면
무슨 일이든 잘하게 되어있죠.
지금부터 잘 하면 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