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다면
가령 산딸기가 하는 말이나
노각나무가 꽃 피우며 속삭이는 하얀 말들을
알아들을 수 있다면
톱 한 자루 손에 들고 숲길 가는 동안
떨고 있는 나무들 마음 헤아릴 수 있다면
꿈틀거리며 흙 속을 사는 지렁이의 마음을 느낄 수 있다면
이제는 사라져 찾을 길 없는
늑대의 눈 속으로 벅차오른 산을 다시 볼 수 있다면
너로부터 닫혀 있는 나와
나로부터 닫혀 있는 너의
그 많은 창문들 하나하나 열어 볼 수 있다면
휘영청 달뜨는 밤
산꽃이 하는 이야기를 들을 수만 있다면
김재진 시인의 <산꽃 이야기>
식물들도 우리가 알아듣지 못할 뿐
그들끼리의 대화방식으로 신호를 주고받는데
하물며 당신과 내가
소통하지 못하고 닫혀있는 그 문은
얼마나 답답한지...
휘영청 달님에게라도
그 마음을 물어보고 싶은 저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