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산에 다니다 보니
높이 올라 먼 데를 바라보는 일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오래 높은데 오르다보니
나는 자꾸 낮은데만 내려다보고
내가 더 낮게 겸허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을
산이 가르쳐 주었습니다
아무도 미워하지 않고 매사를 깊고 넓게 생각하며
낮은 데로만 흐르는 물처럼
맑게 살아라하고 산이 가르쳐 주었습니다
비 바람 눈보라를 산에서 만나면
그것을 뚫고 나아가는 것이 내 버릇이었는데
어느사이 그것들을 피해 내려오거나
잠잠해지기를 기다려 올라갈 때가 많았습니다
높이 올라갈수록 낮은데가 더 잘 보이고
내가 고요해진다는 것을 갈수록 알았습니다
나도 한 마리 미물에 지나지 않으므로
입을 다물어 나의 고요함도 산에 보탭니다
이성부 시인의 <함구>
산꼭대기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내가 살던 큰 도시가
작은 장난감 세상 같다는 생각이 들죠.
그 속에 사는 우리는
얼마나 작은 미물인지...
산은 언제가 인간을 겸손하게 만드는
신기함이 있다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