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 1 (수) 발톱 깎는 사람의 자세
저녁스케치
2017.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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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톱 깎는 사람의 자세는
둥글다네

나는 그 발톱 깎는 사람의 자세를 좋아한다네
사람이 사람을 앉히고 발톱을 깎아 준다면
정이 안 들 수가 없지
옳지 옳아 어느 나라에선
발톱을 내밀면 결혼을 허락하는 거라더군
그 사람이 죽으면 주머니 속에 발톱을 넣어 간직한다더군

평생 누구에게 발톱을
내밀어보지 못한 사람은 불행한 사람

단 한번도 발톱을 깎아주지 못한 사람은 불행한 사람

발톱을 예쁘게 깎아주는 사람은
목덜미가 가늘고
이마가 예쁘고 속눈썹이 길다더군 비가 오는 날이면
팔베개도 해주고 지짐도 부쳐주고 칼국수도 밀어준다더군
그러니 결혼을 안 할 수가 있겠어
그러니 싸움을 할 수가 있겠어

발톱을 깎는 사람의 자세는
고양이에 가깝고
공에 가깝고
뭉쳐놓은 것에 가깝다네 그는 가장 작고 온순하다네

나는 그 발톱 깎는 사람의 자세를 좋아한다네

유홍준 시인의 <발톱 깎는 사람의 자세>


다른 사람의 발톱을 깎을 때는
자세 잡는 것도 어정쩡하고
손톱깎이를 쥔 손에도 힘이 잘 안 들어가죠.

그럼에도 시인은
단 한번도 발톱을 깎아주지 못한 사람은
불행한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불편해도 참고, 냄새나는 것도 잊고,
오늘은 아내나 남편의 발톱을
손수 깎아주는 거 어떨까요?

긴 발톱이 둥글게 깎일수록
마음도 함께 둥글어질 거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