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 2 (목) 잠자리
저녁스케치
2017.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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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생각보다 멀리 난 듯
앉으려다
더 가야 할까
이곳이 맞기는 하는 걸까

넉넉한 수평도 아닌 수직
실은 백척간두와 같은 나무 대궁 끝을 앞에 두고
잠자리 망설인다

저 초조하고 신중한 선회
앉았어도 날개를 접을 수 없는
만 개가 넘는 홑눈의 긴장
잘 보려, 멀리 보려는 운명의 답답한 피로여

잠자리를 잡았다 놓아 준다
놓인 잠자리는 멀리 단번에 난다
생각 하지 않고 망설이지 않고

알 도리 없는 운명에 한번
제대로 잡혔다 풀려난 연후에야
제 모습을 찾아가는 것일까
이제야 빈집 뒷마당에 홀로 선 나는
어떤 운명에 잡혔다 놓인 것일까

이인구 시인의 <잠자리>


살면서
눈앞에 행복을 두고
먼 곳만 응시할 때가 많습니다.
그러다 어딘가에 붙잡혀서야
그때 내 앞에 있던 게 행복이었단 걸 알게되죠.
왜 사람은 고비를 만나야 제 모습을 찾게 되는 것인지...
인생에 한해서는 사람도
가까이 있는 게 잘 보이지 않는
홑겹의 눈인듯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