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게 악수하고 마주 앉은 자의 이름이 안 떠올라
건성으로 아는 체하며, 미안할까 봐, 대충대충 화답하는 동안
나는 기실 그 빈말들한테 미안해,
창문을 좀 열어두려고 일어난다.
신이문역으로 전철이 들어오고, 그도 눈치 챘으리라.
또 다시 핸드폰이 울리고 그가 돌아간 뒤
방금 들은 식당 이름도 돌아서면 까먹는데
나에게 지워진 사람들, 주소도 안 떠오르는 거리들, 약속 장소와 날짜들,
부끄러워해야 할 것들, 지켰어야 했던 것들과 갚아야 할 것들,
이 얼마나 많은 것들을 세상에다가 그냥 두고 왔을꼬!
어느 날 내가 살었는지 안 살었는지도 모를 삶이여
좀더 곁에 있어줬어야 할 사람,
이별을 깨끗하게 못해준 사람,
아니라고 하지만 뭔가 기대를 했을 사람을
그냥 두고 온
거기, 告도 닿을 수 없는 그곳에
제주 風蘭 한점 배달시키랴?
황지우 시인의 <두고 온 것들>
오랜만에 만난 사람의 이름이
도무지 기억 안 날 때처럼
나도 모르는 사이 지워진 기억들은 너무도 많죠.
그 중엔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것들,
꼭 기억했어야할 것들도 있을 텐데...
우린 무엇을 가져오느라
그 소중한 것들을 두고 온 것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