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사랑하니까 흉보고 미워한다
더럭더럭 앓으면서 아프다고 하면 속 터지지나 않지 먹을 것 다 챙겨먹다가도 딸네들 오면 괭이밥 먹듯 하고 골치를 싸맨다니까 툭하면 죽는타령 하면서도 약이라면 환장하기에 약 많이 먹으면 좋지 않다고 했더니 대뜸 보약 한 번 사줘 봤느냐고 역정을 내더라니까 늙으면 애 된다고하더니 꼭 미운 일곱 살이여 귀 어둡다고 해도 살짝 흉보는 귓속말은 귀신같이 알아듣고 따지러 든다니까
야, 이 잡것들아! 늙으면 다 그렇게 되는 거야 너도 늙어봐라 아마
그런 시어미 밑에서 보고 배워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을라
흉 실컷 보고 욕 실컷 해라 그래야 근력 난다
온종일 팔랑팔랑 부채질하는 콩잎에
맞장구치며 신명 난 아낙들
입 따로 손 따로 놀려도 일머리는 봄꽃 지듯 빠르다
여름 해 막 기울어서야
호미질 멈추고 입 다문 채 콩밭에서 나오는 맑은 얼굴들
저녁놀이 살짝 베물었다 놓는다
그래, 흉보고 욕하는 것도 사랑이다
정낙추 시인의 <미움의 힘>
가족을 흉볼 땐
말은 그래도 속으론 얼마나 정이 묻어있게요.
아프다는 어머니가
그래도 아직은 정정하신 거 같아 좋다고,
자식한테 호통 칠 기운이 남아있어 다행이라는 말이잖아요.
그래요. 미움의 힘도 애정에서 나온다는 말이
딱 맞는 말이다 싶으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