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 22 (금) 여전히 남아 있는 야생의 습관
저녁스케치
2017.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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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너 달에 한번쯤 잠시 거처를 옮겼다가 되돌아오는 습관을 버거워하면 안 된다

서너 달에 한번쯤, 한 세 시간쯤 시간을 내어 버스를 타고 시흥이나 의정부 같은 곳으로 짬뽕 한 그릇 먹으러 가는 시간을 미루면 안된다

죽을 것 같은 세 시간쯤을 잘라낸 시간의 뭉치에다 자신의 끝을 찢어 묶어두려면 한 대접의 붉은 물을 흘려야 하는 운명을 모른 체하면 안된다

자신이 먹는 것이 짬뽕이 아니라 몰입이라는 사실도, 짬뽕 한 그릇으로 배를 부르게 하려는 게 아니라 자신을 타이르는 중이라는 사실까지도

이병률 시인의 <여전히 남아 있는 야생의 습관>


모든 걸 내려놓고 싶은 마음,
어디론가 떠나버리고 싶다는 마음을
거창하게 생각할 거 없이
세 시간 정도의 드라이브 하고
멋진 곳에 가서 차 한 잔 하는 겁니다.

대단한 걸 하지 않더라도
내가 하고 싶은 걸 아주 모른 척 하지 않는다면
마음이 울지 않게 다독일 수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