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 23 (토) 산다
저녁스케치
2017.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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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다는 것
지금 살아 있다는 것
그것은 목이 마르다는 것
나뭇잎 새의 햇살이 눈부시다는 것
문득 어떤 멜로디를 떠올려보는 것
재채기하는 것
당신의 손을 잡는 것

살아 있다는 것
지금 살아 있다는 것
그것은 미니스커트
그것은 플라네타륨
그것은 요한 슈트라우스
그것은 피카소
그것은 알프스
아름다운 모든 것을 만난다는 것
그리고
감춰진 악을 주의 깊게 막아내는 것

살아 있다는 것
지금 살아 있다는 것
울 수 있다는 것
웃을 수 있다는 것
화낼 수 있다는 것
자유로울 수 있는 것

살아 있다는 것
지금 살아 있다는 것
지금 멀리서 개가 짖는다는 것
지금 지구가 돌고 있다는 것
지금 어디선가 태아의 첫울음이 울린다는 것
지금 어디선가 병사가 다친다는 것
지금 그네가 흔들리고 있다는 것
지금 이 순간이 흘러가는 것

살아 있다는 것
지금 살아 있다는 것
새가 날갯짓 한다는 것
바다가 일렁인다는 것
달팽이가 기어간다는 것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
당신의 손의 온기
생명이라는 것

일본의 국민시인 다니카와 슌타로의 <산다>


삶은 사소한 일상이 모여 만들어집니다.
삶의 모습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꽃처럼, 나무처럼, 눈의 결정처럼...
각기 다른 색과 모양으로 아름답게 빛나고 있죠.
가만히 들여다보면 삶처럼 감동을 주는 것도 없지요.
살아있음에 감사한 오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