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린 바다의 한 모서리가 층층이 접시 위로 눕는다.
접시 안엔 차곡차곡 쌓아 올린 퇴적층처럼
숙성을 거처 온 파도 빛이 탱글탱글하다
맛이란, 칼끝에서 내리는 전율, 팽팽히
손끝으로 전해지는 교감신경의 바다 같은 것이다
썰리는 두께와 너비 그리고 숙성을 거쳐 온 온도,
이것이 알게 된 회 맛에 대한
나의 깨달음이다
그냥 TV에서 보던 것처럼
바다 위 막 잡아 올린 싱싱한 횟감을 듬성듬성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맛으로
회 맛에 대한 평가를 치켜세우는 것보다도
냉동실을 거쳐 온 살점을 맞닥뜨리는 것도
밍밍하게 지내왔던 감정들에 대한
짜릿함이다
아직 채워야 할 그대 안에 사랑인 것처럼
잘근잘근 씹히는 행복들이다
정원 시인의 <숙성>
보통은 바로 먹는 것보다
약간 숙성된 음식이 맛이있죠.
질긴 것은 부드러워지고
싱거운 것은 먹기 좋은 정도로 간간해지죠.
음식이 그렇듯
사람도 맛이 드는 시간이 필요하다 싶습니다.
성숙하고 무르익을수록
행복이 더 씹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