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 3 (화) 추석 무렵
저녁스케치
2017.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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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냄새 나는 사람들의 사투리가
열무맛처럼 담박했다
잘 익은 호박 빛깔을 내었고
벼 냄새처럼 새뜻했다
우시장에 모인 아버지들의 텁텁한 안부 인사 같았고
떡집 아주머니의 손길 같았다

빨랫줄에 널린 빨래처럼 편안한 나의 사투리에도
혁대가 필요하지 않았다
호치키스로 철하지 않아도 되었고
인터넷 검색이 필요 없었다
월말 이자에 쫓기지 않았고
일기예보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흙냄새 나는 사람들의 사투리를 태운
시내버스 운전사의 어깨가 넉넉했다
구멍가게 할머니의 얼굴이 사과처럼 밝았고
우체국에서 나온 사람들이 여유롭게 햇살을 받았다
이발사의 가위질 소리가 숭늉처럼 구수했고
신문 대금 수금원의 눈빛이 착했다

맹문재 시인의 <추석 무렵>


사람들에게서 사투리가 들릴 때
고향에 왔다는 걸 실감하게 됩니다.
오랜만에 듣는 정겨운 말투에 기분이 들 떠
모르는 이들의 대화에도 피식 웃게 되죠.
세련되진 않았어도 편안한 풍경,
구수함을 입은 사람들이 그리운
추석 무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