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 7 (토) 은행나무
저녁스케치
2017.10.07
조회 478
독산성 둘레길에서 만난
은행나무에 노란 햇살이 왔다

강한 태풍에도 떨어지지 않던
저 완숙된 빛깔들
노랗고 환하고 눈부시다

잔바람이 밑동에서 몸통에서 이파리에서 맴돌다
어깨를 툭, 치자
노란 환상들이 터진 봇짐에서
반짝거리며 나풀거리며 경쾌하게 쏟아져

바닥을 구르는 황금빛 물결
중년의 곡선처럼 우아하게 일렁인다

길 위에 펼쳐진 퇴화된 젊은 날들
가을해가 순하고 부드러운 빛으로 덧칠하고 있다

시래기 된장국을 끓였다는 친구
포장마차에 있다는 남편
낙엽 밟는 소리에 소담스런 꽃무늬로 수를 놓는다

윤민희 시인의 <은행나무>


가을해가 나뭇잎들을
순하고 부드러운 색으로 덧칠하니
우리 마음도 덩달아 가을을 닮아갑니다.
아침저녁 서늘한 바람에
마음이 스산해지는 요즘은
은행나무 아래만 걸어도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