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오전 내내
마당에서 밀린 신문을 읽었고
나는 방에 틀어 박혀
종로에나 나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날은 찌고 오후가 되자
어머니는 어디서
애호박을 가져와 썰었다
아버지를 따라나선
마을버스 차고지에는
내 신발처럼 닳은 물웅덩이
나는 기름띠로
비문(非文)을 적으며 놀다가
아버지를 쳐다보았다
아버지는 바퀴에
고임목을 대다 말고
하늘을 쳐다보았다
“이번 주도 오후반이야” 말하던
누나 목소리 같은 낮달이
길 건너 정류장에 섰다
박준 시인의 <가족의 휴일>
어린 시절,
평화롭고 느리게 흐르던
휴일 날의 모습이 생각납니다.
그토록 평범한 하루가 그리워질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는데 말이죠.
그러고보니 그때는 너무 그리고
지금은 너무 빠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