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들어오셨는지
남은 여름마저 몰아내려고 열어둔 창문 사이로
귀뚜라미 한 마리 아장아장
거실 안으로 뛰어든다
그냥 두면 누구의 발에 압사 당할지 알 수 없으므로
밖으로 돌려보내자고 생포하기로 하는데
그는 남의 속도 모른 채
붙잡히지 않으려고 잽싸게, 애타게 달아난다
이런 것이 짝사랑일 것이다
그냥 콱 움켜잡기는 쉬운데
손아귀 속으로 귀하게 모시자니 어렵다
지금 그를 생포하는 것은
이 가을을 다 생포하는 것이므로
사력을 다해 따라다니다가
손 안에 모시는 행운을 잡았는데
혹시나 저를 해치는 손길일까
버둥대는 몸짓
고이 풀밭에 내려놓는다
이 가을을 고스란히 내려놓는다
정원도 시인의 <귀뚜라미 생포작전>
가을이 워낙 짧은 계절이니 말이죠.
천천히 머물다 갔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합니다.
하지만 가을은
우리가 사력을 다해 손을 내밀어도
애타는 속도 모른 채 도망가기만 하겠죠?
그래요. 어차피 붙잡지 못할 거라면
짝사랑이나 실컷 해보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