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씬한 것보다 짤막하고 통통한 게 더 맛있다니까,
콩나물을 받아 들며 피식 웃는다
쌀 반 콩나물 반 섞어 물 넉넉히 부어 끓이면
사는 게 뭐 별거냐고
후루룩 식혀 먹는 콩나물죽도 좋고
서로 부대끼며 사는 거라고
이런저런 얘기 섞어 비빈 콩나물밥
숟가락 부딪치며 먹어도 좋지만
가끔은 설익은 세상맛처럼 날 비린내에 물리기도 한다
그래도 만만한 게 이거라며 들고 오며 생각한다
뜨끈하게 극 끓여 고추 가루 넉넉히 풀어 넣고
숙취한 세상 속 얼큰하게 해장시켜 보리라
최선옥 시인의 <콩나물>
물린다면서도
그래도 이만한 반찬 없어
시장갈 때마다
한 봉지씩 사들고 오는 콩나물처럼
삶이란 게 참 그렇죠.
더 이상 마주하고 싶지 않다가도
그래도 이만큼 좋은 것도 없어서...
‘이게 사는 건가’ 싶다가도
‘그래 뭐, 사는 게 별 거야’ 하는 것,
그게 삶이고 그게 인생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