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따라 기차가 너무 다정해서
바닷가 간이역이 되고
바다로 난 의자가 너무 다정해서
저녁노을이 되고
다정한 불빛 아래
지금까지 본 라일락나무를 다 합친
라일락나무를 보았네
팔 벌려 안아 본 그 큰 다정함
한 뼘도 안 되는 양팔이
너무 다정해서 스웨터가 되듯이
섬과 밤이 하도 다정해서
복숭아 엉덩이가 되듯이
이런 화창함이라니!
김경미 시인의 <다정한>
누구든 다정한 사람을
좋아하지 않을 수 없을 거예요.
실 뭉치에 불과했던 털실을
스웨터가 될 때까지 떠주는 마음,
내게 필요한 것들을
한발 먼저 챙겨주는 세심함에 반해
사랑이 시작되기도 하죠.
가을은 왠지 마음이 허전해지는 계절인데...
이런 날일수록
가족, 아이들, 사랑하는 사람에게
내 안의 다정함을 아낌없이 꺼내줘도 좋지 않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