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 9 (수) 놓고 오거나 놓고 가거나
저녁스케치
2017.08.09
조회 496
언제부터 있었나 저 우산
산 적 없는 우산이 꽂혀 있다
비올 때 내게 왔다가 비 그치자 가버린 사람이 두고 간 것
오래 거기 있는 줄도 모르고,

나도 어디 놓고 온 우산은 없나
누가 펼쳐보고
내가 놓고 간 우산인지도 모르고
적셨다 말리며
적셨다 말리며 밥집으로 찻집으로 녹을 키우며 흘러가고 있을까

비올 때 간절하다 햇살 돌면 잊어버리는 사람처럼

살 부러져 주저앉을 때까지 손잡이 지문을 바꾸는
저 우산은

호적이 없다

허영숙 시인의 <놓고 오거나 놓고 가거나>


장마가 지나니
우산꽂이에 우산들이 쓸쓸해 보이죠?
어떤 거는 내가 사다논 것도 아닌데
우산꽃이에 꽂혀 있고...
얼마 전까지만해도 정말 간절하게 필요했던 물건인데
또 이렇게 잠시 잊혀도 되는 물건이 됐네요.
오랜만에 우산들을, 마음까지도 가지런히 정리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