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 23 (수) 헤어지는 연습을 하며
저녁스케치
2017.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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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지는 연습을 하며 사세
떠나는 연습을 하며 사세

아름다운 얼굴, 아름다운 눈
아름다운 입술, 아름다운 목
아름다운 손목
서로 다하지 못하고 시간이 되려니

인생이 그러하거늘
세상에 와서 알아야 할 일은
'떠나는 일'일세

실로 스스로의 쓸쓸한 투쟁이었으며
스스로의 쓸쓸한 노래이었으나

작별을 하는 절차를 배우며 사세
작별을 하는 방법을 배우며 사세
작별을 하는 말을 배우며 사세

아름다운 자연, 아름다운 인생
아름다운 정, 아름다운 말
두고 가는 걸 배우며 사세
떠나는 연습을 하며 사세

인생은 인간들의 옛집
아! 우리 서로 마지막 할
말을 배우며 사세

조병화 시인의 <헤어지는 연습을 하며>


올 여름,
영원할 것처럼 맹렬했던 더위가
어느 날 갑자기
슬그머니 사그라지는 걸 보며
헤어짐에는 예고가 없다는 걸 느낍니다.

눈 떠보니 계절이 바뀐 것처럼
‘사람도 언제든 슬그머니 떠날 수 있겠구나...’
‘나도 그렇게 될 수 있겠구나...’,

더위가 그친다는 처서 날.
주변을 이리저리 다독여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