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천천히 가는
시계를 하나 가지고 싶다
수탉이 길게, 길게 울어서
아, 아침 먹을 때가 되었구나 생각을 하고
뻐꾸기가 재게, 재게 울어서
어, 점심 먹을 때가 지나갔군 느끼게 되고
부엉이가 느리게, 느리게 울어서
으흠, 저녁밥 지을 때가 되었군 깨닫게 되는
새의 울음소리로만 돌아가는 시계
나팔꽃이 피어서
날이 밝은 것을 알고 또
연꽃이 피어서 해가 높이 뜬 것을 알고
분꽃이 피어서 구름 낀 날에도
해가 졌음을 짐작하게 하는
꽃의 향기로만 돌아가는 시계
나태주 시인의 <천천히 가는 시계>
알람이 울리면 무조건 일어나야 합니다.
회사에선 배가 고프지 않아도
점심시간이 되면 밥을 먹어야 하죠.
초 단위로 쪼개지는 빡빡한 삶을 살다보니
시계가 흔치 않았던 시절의 여유를 떠올리게 됩니다.
닭의 울음소리로 아침을 알고
분꽃이 피는 걸 보고 저녁때를 짐작하던
그 시절의 아주 천천히 가는 시계가 그립지 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