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 8 (토) 우산
저녁스케치
2017.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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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은 너무 오랜 시간은 기다리지 못한다
이따금 한 번씩은 비를 맞아야
동그랗게 휜 척추를 깨우고, 주름을 펼 수 있다
우산은 많은 날들을 집 안 구석구석 기다리며 보낸다
눈을 감고, 기다리는 데 마음을 기울인다

벽에 매달린 우산은, 많은 비들을 기억한다
머리꼭지에서부터 등줄기, 온몸 구석구석 핥아주던
수많은 비의 혀들, 비의 투명한 율동을 기억한다
벽에 매달려 온몸을 접은 채,
그 많은 비들을 추억하며

그러나 우산은, 너무 오랜 시간은 기다리지 못한다

박연준 시인의 <우산>


하늘이 맑은 대부분의 날 동안
우산은 비를 그리워하며 삽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는
어느 외로운 사람처럼 말이죠.
바쁘다는 이유로... 시간이 없단 말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혼자두지 마세요.
너무 많은 시간이 지나간 후에는
보고 싶어도 볼 수 없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