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옷 중에서 내가 즐겨 입는 옷은 두어 벌
두어 벌을 위해 옷들이 장롱 속에 걸려 있다
식탁에 차려지는 그릇은 몇 개, 그 몇 개를
위해 한쪽에 쓰지 않는 그릇들이 포개져 있다
자주 꺼내 보는 책 몇 권, 그 몇 권을 위해
수백 권의 책이 너무 오래 먼지를 뒤집어썼다
몇 사람과 만날 뿐, 그 몇 사람의 주위에
많은 사람들이 벌 떼처럼 윙윙거려야 했다
두어 벌 옷 때문에 세상의 장롱 속이 꽉 찼다
몇 개의 그릇, 몇 사람 때문에 세상은 포화다
눈물겨운 욕망들, 끝없는 집착, 더, 더,
보다 더 나은, 이 혼자 나이를 먹어 늙어터졌다
안정옥 시인의 <여우 같다>
옷을 정리하고,
그릇을 정리하고,
헌책을 책방에 넘길 때마다
욕심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우겨넣고 또 넣다가
더 이상 들어가지 않을 때쯤에야
비워야함을 알게 되는 우리는....
여우처럼 영리한 듯 보여도
참으로 곰처럼 미련스러울 때가, 더 많지 않나 싶으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