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비치면 나무들은 잔가지를 내보입니다
그 흰 살결로 비로소 산이 환해집니다
줄기를 굴러 내리는 찬 이슬 방울들
혹은 굴러 내리지도 못하고
햇살에 몸을 맡기기도 하는 여린 우주
삶의 어두운 벼랑을 타고 오른 듯
아름답다는 형용사 곁에 모여들 때
산은 제 이름을 찾아가는가 봅니다
그때 눈을 뜨게 됩니다
계곡은 더 깊이 마음을 열고
능선을 타고 내리는 까치 두어 마리
계곡을 차오르는 의성어 어깨 위에
파란 시간이 펼쳐집니다
산마루에 서면 거기가 곧 하늘입니다
몸은 내려가고 마음은 날아가는 엽서 한 장
열 사람이 읽으면 열 가지의 꽃으로 피어날 나무
언제나 제 자리 지키고 있었을
하늘이 배경이 되어 있습니다
늘 인간의 곁에서 서성대는 꿈의
심춘보 시인의 <산행>
마음이 복잡할 때는 산을 오르는 게 참 도움이 되죠.
습기를 머금은 나뭇잎과
축축한 흙이 뿜어내는 자연의 냄새,
그리고 하늘과 가장 가까이에 설 수 있는 장소...
산은 그렇게 늘 우리에게 마음의 평화를 가져다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