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 18 (화) 사는 일
저녁스케치
2017.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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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하루 잘 살았다
굽은 길은 곱게 가고
곧은 길은 곧게 가고

막판에는 나를 싣고
가기로 되어 있는 차가
제 시간보다 일찍 떠나는 바람에
걷지 않아도 좋은 길을 두어 시간
땀흘리며 걷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도 나쁘지 아니했다
걷지 않아도 좋은 길을 걸었으므로
만나지 못했을 뻔했던 싱그러운
바람도 만나고 수풀 사이
빨갛게 익은 멍석딸기도 만나고
해 저문 개울가 고기비늘 찍으러 온 물총새
물총새. 쪽빛 나래 짓도 보았으므로

이제 날 저물러 간다
길바닥을 떠돌던 바람은 잠잠해지고
새들도 머리를 숲으로 돌렸다
오늘도 하루 나는 이렇게 잘 살았다

나태주 시인의 <사는 일>


인생을 살다보면
뜻하지 않았던 일을 겪기도 하지만
순간의 우여곡절들을 넘기고 나면
나름대로 얻는 것들이 있지요.
뜻밖의 괴로운 일들도
모두 생각하기 나름 아닐까 싶습니다.
마음처럼 풀리지 않았더라도 끝까지 왔다면
그래요. 오늘 하루도 잘 산 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