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평을 견디는 낮과 밤들아
너무 애쓰지 마
우리는 잊혀질 테니
식당에 앉아 혼자 밥을 먹는다
한 방향으로 앉아
꿈을 버렸느냐 그런 건 묻지 않는다
골목마다 반바지와 슬리퍼가 나오고
저 발들이 길을 기억하게 될는지
비참하지 않기 위해 서로 말을 걸지 않는데
그게 더 비참하단 걸 또 모르는 척한다
더위 정도는 일도 아니야
다섯 평을 견디는 이들은
세상이 그들을 견디지 않는다는 것도 안다
신림동은 산다 하지 않고
견딘다 한다
그래서 골목이 숨어라숨어라
모서리를 만들어 준다
나도 이곳에 편입해
순두부 알밥 부대찌개 사이 모서리를 돌 때
목이 메여
자꾸 목이 메여
목을 맬까 생각도 드는 것이다
언젠가 TV에서 본 선명한 장면이 잊히지 않아
한쪽 발에만 간신히 걸려 있던 삼선 슬리퍼
이건 끝을 모르는 이야기
갈매기처럼 한 곳을 향해 혼자 밥 먹던 이들아
슬퍼하지 마
우리는 잊혀질 테니
말없이 사라진 슬리퍼 한 짝처럼
슬리퍼조차 떠나간 빈 발처럼
이규리 시인의 <여름 신림동>
7월 한달 동안
다섯평 남짓한 고시원에서
더위를 견디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끝이 안 보이는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이들에게
이 더웠던 여름이 지나듯
힘든 날도 결국은 지나갈거라고,
힘내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