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오후의 비스듬한 황금 햇살 속에서
집들의 무리가 가만히 타오르고,
소중한 짙은 빛깔들 속에서
하루의 마감이 기도처럼 꽃핀다.
서로서로 마음 깊이 기대어 서서,
언덕에서 형제자매처럼 자라고 있다,
배우지 않았지만 누구나 부를 수 있는
노래처럼 소박하고 오래된 모습으로.
담장들, 회칠한 벽, 비스듬한 지붕들,
가난과 자존심, 몰락과 행복,
집들은 다정하고 부드럽고 깊게
그날 하루의 빛을 반사한다.
헤르만 헤세의 <저녁 무렵의 집들>
어둑해진 저녁 무렵,
주택가 창밖으로 세어 나오는 불빛이
참으로 평화롭게 느껴지죠.
그 불빛들은 오늘 하루 잘 마치고
집에 들어온 사람들이 켠 불빛,
아직 들어오지 않는 가족들을 기다리는
따뜻한 불빛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