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온 밤에
꼭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
무수한 어깨들 사이에서
무수한 눈길의 번득임 사이에서
더욱더 가슴 저미는 고독을 안고
시간의 변두리로 밀려나면
비로소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
수많은 사람 사이를 지나고
수많은 사람을 사랑해버린 다음
비로소 만나야 할 사람
비로소 사랑해야 할 사람
이 긴 기다림은 무엇인가
바람 같은 목마름을 안고
모든 사람과 헤어진 다음
모든 사랑이 끝난 다음
비로소 사랑하고 싶은 사람이여
이 어쩔 수 없는 그리움이여
문병란 시인의 <호수>
회식이 있거나 모임이 있는 날...
많은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고 왔는데도
집에 가는 마음이 허전할 때가 있지요.
마음에 없는 칭찬을 하고,
재미없어도 재미있는 척,
의미없는 말들을 주고 받고 오는 길...
우리에겐 단순한 말을 나눌 사람이 아니라
가슴 속에 있는 것을 나눌 사람이 필요한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