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따뜻해질 때까지
인생이 훈훈해질 때까지
황망히 99만보를 걷는다
99만보를 걷는 건
어두운 골목길에 등 밝히는 일
그대의 행복에 미소 짓는 일
떨어질지도 모르는 어느 나락에서
간절히 손을 모으고 기도하는 일이다
그리하여
더 이상 두려움의 바다에 빠져
허우적거리지 않기를
있을지도 모르는 것들에 휘둘려
겁먹지 않기를
어떤 미혹에도 선을 넘지 않고
의연하게 걸어가기를
악마와 마주친 영혼은
돌아보지도 않기를
함께 있어 좋은 가지 풀잎을 엮어
가슴깊이 외로운 꽃을 피우고
맨드라미 씨알 작은 꽃잎에 매달린
새벽 해맑은 이슬이 되어
내 마음이 따뜻해질 때까지
내 인생이 훈훈해질 때까지
힘써 99만보를 걷는다
김신영 시인의 <맨발의 99만보.1>
인생은 맨발로 길을 걷는 것과 같아요.
웅덩이에 발을 담가야할 때도 있고
가시에 발을 찔릴 때도 있을 테지만
그럼에도 목표한 길은 가야만 하지요.
두렵고 아파도 끝까지 흔들리지 않기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