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이 식은 뒤에도
사랑해야 하는 날들이 있다
벅찬 감동이 사라진 뒤에도
부둥켜안고 가야 할 사람이 있다
끓어오르던 체온을 식히며
고요히 눈감기 시작하는 저녁하늘로
쓸쓸히 날아가는 트럼펫 소리
사라진 것들은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풀이란 풀 다 시들고
잎이란 잎 다 진 뒤에도
떠나야 할 길이 있고
이정표 잃은 뒤에도
찾아가야 할 땅이 있다
뜨겁던 날들은 다시 오지 않겠지만
거기서부터 또 시작해야 할
사랑이 있다
도종환 시인의 <저녁 무렵>
재밌고 즐거운 일만 하면 좋겠지만
열정이 식어도 꼭 해야 하는 일들이 있습니다.
황무지인 걸 알면서도 가야할 때가 있고
방황하면서도 찾아가야할 곳이 있습니다.
모두 내가 책임져야하는 나의 삶이니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