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 1 (목) 손에 대한 묵상
저녁스케치
2017.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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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돌아다닌 내 더러운 발을 씻을 때
나는 손의 수고를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손이 물속에 함께 들어가 발을 씻긴다는 사실을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인생을 견딘 모든 발에 대해서만 감사했습니다

배가 고파 허겁지겁 밥을 먹을 때에도
길을 가다가 두 손에 흰 눈송이를 고요히 받을 때에도
손의 고마움을 고마워하지 못하고
하늘이 주신 거룩한 밥과
겨울의 희고 맑음에 대해서만 감사했습니다

당신이 내 찬 손을 잡을 때에도
내 인생의 야윈 어깨를 가만히 쓰다듬어줄 때에도
당신에 대해서만 감사하고
당신의 손에 대해서는 감사할 줄 몰랐습니다

발을 씻을 때 손은 발을 사랑했습니다
손은 다른 사람의 손을 잡을 때
가장 아름다운 손이 되었습니다
하나가 필요할 때 두 개를 움켜쥐어도
손은 나를 버리지 않았습니다

정호승 시인의 <손에 대한 묵상>


평소보다 좀 더 걸어도
‘아프다, 못간다’ 소리치는 발에 비하면
손은 무거운 걸 들어도 묵묵한 편입니다.

그래서일까요?
하루에 가장 많은 일을 하는 건 손인데
우린 손에 살짝 소홀한 경향이 있죠.

오늘은 고생한 손에 로션 듬뿍 발라주며
고마움을 표시해보는 거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