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 3 (토) 바다의 성분
저녁스케치
2017.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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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 소금이 녹아 있듯 바람 속엔 소리들이 녹아 있다 덜 익은 가지를 따 개울 옆을 지나며 돼지감자는 왜 돼지감자냐고 묻던 다섯 살 아이의 목소리가 녹아 있고 밭두렁 따라 집으로 돌아갈 때 밭을 스치던 콩잎 서걱대는 소리도 녹아 있다 대추나무에서 울던 까마귀 울음도 할머니 등에 업혀 듣던 자장가도 조개 줍던 바닷가 파도 소리도 여름밤 논에서 울던 맹꽁이 소리도 바람 속에 녹아 있다 바람이 분다 당신이 가끔 헤어진 옛사랑을 떠올리는 것도 바람에 녹아 있는 그 사람의 다정한 목소리 때문인지 모른다

허만하 시인의 <바다의 성분>


사람을 스치고
자연 사이를 가로지르던 바람에는
세상의 모든 이야기가 다 들어있습니다.
창문을 열고 바람의 소리를 들어보죠.
그리고 오래전 이맘때쯤 불었던
부드럽고 선선했던 바람을 추억해보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