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 27 (목) 못 자국
저녁스케치
2017.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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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옥을 수리하다보니 기둥에도 벽에도 못 자국투성이다

내걸 것이 많아 못을 박았을 테고
내걸 것이 없거나 잘못 박힌 못을 빼낸 것일 텐데
못 구멍들만 흉한 자국으로 남았다

기둥의 못 구멍에는 이쑤시개를 끼워 넣고 평면과 맞게 잘라내고,
벽에는 돌돌 말은 휴지의 송곳모양 반대쪽을
구멍의 깊이만큼 밀어 넣고
안쪽으로 오므려 문지르고 색을 입혔다
얼핏 눈가림일 뿐 말끔히 지울 수가 없다

상처 많은 나, 누군가에게 상처가 됐을지도 모를 지난날
예리한 송곳에 찔린 듯 소름이 돋는다

내세울 것도 없고 숨길 것도 없는 생,
서로가 못을 박고 서로에게 못 박히는 생의 파편들...
자국이란 자국은 모두 상처인 것 같다

못 박지 않고 살아야겠다.

유진 시인의 <못 자국>


사람과 사람이 인연을 맺는다는 것은
벽에 못을 박는 것과 같다고 하죠.
모든 인연은 못 자국이 남는다고 말이예요.
우리 남은 시간은
서로의 못 자국을 메꾸며 살았으면 합니다.
처음처럼 완벽하게 지울 순 없더라도
언젠가 그 자리 위에
아름다운 그림을 걸어놓을 수 있을 때까지
서로를 안아주며 살았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