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오리 강변길 혼자 가다가 어쩌다 사람 하나 만나면 그렇게 반갑다 구비구비 도는 길 저 멀리 보이다 말다 때론 잔솔가지 틈새로 흰옷자락만 퍼뜩, 어느 모퉁이에서 딱 마주치곤 잠시 스친다 뒤돌아보면 그 사람은 언제나 집착보다 아득히 멀어져갔다 나는 등을 보인 사람은 참 빨리도 내게서 멀어지는구나, 했다 나도 등대고 함께 멀어져갔음을 알지 못할 때다.
산 속에서 길 잃고 능선을 휘돌아 또 그 자리에 저물던 날, 거기 어디쯤 추적추적 봄비 젖으며 비탈밭 돌 하나씩 들어내던 노인의 굽은 등을 그냥 지나쳤다 소리쳐 묻기엔 멀고 비탈길 올라 다가서기엔 나는 너무 지쳐 있었다 다만 마음 속 지름길 따라 눈 먼 소, 터벅터벅 가던 거였다.
등보인 이가 돌아서도록 내가 부르지 않는 것, 그게 부끄러움이라는 걸 나중에야 알았다 등이나 부끄러움은 왜 또 지나고 난 뒤에야 보이는 건가 가슴 깊이 새겨가기로 한다.
이면우 시인의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더 소중하다>
누군가 날 떠나갔을 때
우리는 늘 남겨지는 쪽이라 생각했죠.
하지만 떠나가게 내버려 둔 나 자신도
그로부터 등을 돌린 셈인 거 아닌지...
먼저 붙잡는 사람이 지는 거라는 바보같은 생각...
한때는 내 사람이었던 사람들,
왜 남이 되어서야 그 소중함을 알게 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