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그림책 강연하러 시골학교에 갔다가
운동장을 가로질러 가는데
멀리서 반짝반짝 거리는 것이 있다
가까이 가서 살펴보니
잠자리 날개 헝겊 리본이 달린 머리핀이다
아직 아무도 밟고 지나가지 않은 새 것
어린 여학생이 흘리고 갔을 것이다
그냥 지나칠까 주워들까 하다가 쪼그려 앉아서
가만히 내려다본다
아득한 바지랑대 끝에서 가까운 장독 위로
누이의 나풀거리던 갈래머리에 앉으려다 돌아가던
잠자리가 생각난다
지금은 나이 살이 찐
어릴 적 누이들도 생각나고
손자 손녀를 볼 나이가 된 복희 경희 춘자 봉자
이런 친구들도 생각난다
머리핀을 한 손으로 주워들고 허리를 펴다가
다시 두 손에 올려놓고
허리를 굽힌 채 한참 살펴본다
이런 작은 물건 하나가
나를 오랫동안 공손히 서 있게 한다
공광규 시인의 <머리핀>
나이를 먹을수록 추억에 삽니다.
오래된 물건, 옛날 노래,
빛바랜 사진 한 장으로 시작되는 추억여행이
나를 아련하고 행복한 그 시절로 데려다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