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끼발가락을 다치고야 안다
아랫것의 힘
가장 밑바닥에서
온몸을 떠받치고 있는
보이지 않는 저 밑 아랫것들
있는 듯 없는 듯 귀퉁이에 숨어
고스란히 온전한 존재로
한번 대우 받아 본 적 없는 새끼발가락이
견디기 어려운 아픔, 감당하기 힘든 상처를 입고는
어느새 생활의 중심에 들어서서
발끝에서 저 높은 머리끝을 흔든다
몸의 균형, 생각의 균형을 어렵게
삶의 근간을 뒤흔든다
새끼발가락을 다치고서야 깨닫는다
오랜 세월 함부로 불려진 아랫것의 힘
어찌 발가락뿐이야
아랫것이 저 아랫것들이라고
참 함부로 무시되던 이들이
가장 밑바닥 저변이 되어
세상을 받치고 지탱하는 숨은 힘
눈에 띄지 않게 낮은 모습으로 살아가며
가지런히 쌓은 저 단단한
아랫것의 힘
김은숙 시인의 <아랫것>
간혹 아랫사람을
무시하는 윗사람이 있지만요.
모든 사람은 위로 올라갈수록
절벽아래를 두려워해야하는 법입니다.
아랫사람이 있어야 윗사람도 있지요.
어떤 조직이나 사회가 유지되는 것도
부지런하고 성실한 아랫사람의 힘이 아닐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