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 12 (금) 늙어가는 역
저녁스케치
2017.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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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내리지 못한 역
마음이 먼저 내렸습니다

닫힌 자동문 앞에서 내리지 못한 몸이 강물을 바라봅니다

불빛에 반사되어 환해진 마음
눈썹 밑에서 가랑비처럼 젖는 마음

사랑한다고 말한 적 없지만
사랑이 강물처럼 흐르던 시절이었습니다

플랫폼으로 들어오던 얼음 같은 기차를 보내고 또 보내고
초승달이 수줍게 눕는 강물 위를 오래도록 함께 걷고 싶었습니다

자루 벌레 같던 젊음은
검은 터널 속으로 휙휙 사라져 갑니다
나는 오늘도 늙어가는 역에
마음만 내려두고 지나갑니다

당신은 지금 어느 역을 지나고 있나요

최진화 시인의 <늙어가는 역>


몸보다 마음이 앞섰던
젊은 날의 사랑처럼
가는 세월 앞에서도
몸은 항상 느린 걸음입니다.

기차는 ‘늙어가는 역’에 정차했는데
아직 젊고 싶은 몸은 내리질 않고...

몸 따로 마음 따로인 우리 인생이
기차처럼 빠르게 흘러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