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 13 (토) 행복
저녁스케치
2017.05.13
조회 545
1
딸아이의 머리를 빗겨 주는
뚱뚱한 아내를 바라볼 때
잠시 나는 행복하다
저의 엄마에게 긴 머리를 통째로 맡긴 채
반쯤 입을 벌리고
반쯤은 눈을 감고
꿈꾸는 듯 귀여운 작은 숙녀
딸아이를 바라볼 때
나는 잠시 더 행복하다.

2
학교 가는 딸아이
배웅하러 손잡고 골목길 가는
아내의 뒤를 따라가면서
꼭 식모 아줌마가
주인댁 아가씨 모시고 가는 것 같애
놀려 주면서
나는 조금 행복해진다
딸아이 손을 바꿔 잡고 가는 나를
아내가 뒤따라오면서
꼭 머슴 아저씨가
주인댁 아가씨 모시고 가는 것 같애
놀림을 당하면서
나는 조금 더 행복해진다.

나태주 시인의 <행복>


가족이 옆에 있으면 참 좋죠.
서로의 얼굴을 바라볼 수 있고
함께 뭔가를 할 수 있어서 더 좋고
툭 던진 농담에 웃음이 번지는
가족과 함께 하는 지극히 일상적인 것들이
바로 행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