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 4 (화) 한솥밥
저녁스케치
2017.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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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껏 싸준 도시락을 남편은 가끔씩 산에다 놓아준다
산새들이 와서 먹고 너구리가 와서 먹는다는 도시락

애써 싸준 것을 아깝게 왜 버리냐
핀잔을 주다가
내가 차려준 밥상을 손톱만한 위장 속에 그득 담고
하늘을 나는 새들을 생각한다

내가 몇 시간이고 불리고 익혀서 해준 밥이
날갯죽지 근육이 되고
새끼들 적실 너구리 젖이 된다는 생각이
밤물처럼 번지는 이 밤

은하수 물결이 잔잔히 고이는
어둠 아래
둥그런 등 맞대고
나누는 한솥밥이 다디달다

문성해 시인의 <한솥밥>


저녁이면 둥그런 밥상에 온식구가 어깨를 걸치고
밥을 먹던 시절이 있었죠.
지나가던 동네 친지들도 거리낌없이 그냥 숟가락 얹어도
흉이 되지 않는, 온동네가 한솥밥을 먹던 그런 시절..

그런가 하면 산에서의 밥 한 숟가락은
자연에 대한 고마움이었죠.

밥 한술도 나눠먹던, 자연도 한솥밥을 먹던
그 시절이 그립기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