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에 내가
오른쪽엔 네가 나란히 걸으며
비바람 내리치는 길을
좁은 우산 하나로 버티며 갈 때
그 길 끝에서
내 왼쪽 어깨보다 덜 젖은 네 어깨를 보며
다행이라 여길 수 있다면
길이 좀 멀었어도 좋았을 걸 하면서
내 왼쪽 어깨가 더 젖었어도 좋았을 걸 하면서
젖지 않은 내 가슴 저 안쪽은 오히려 햇살이 짱짱하여
그래서 더 미안하기도 하면서
복효근 시인의 <우산이 좁아서>
하나의 우산 밑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걸을 땐요.
상대방의 어깨가 젖을까
내 한쪽 어깨를 흠뻑 적셨죠.
서로의 보폭을 맞추느라
엉거주춤 걸으면서도
이 길이 끝나지 않길 바랬던 마음이
비가 그치고 햇볕이 나더라도
촉촉이 묻어났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