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봉에 오래 매달리는 일은
이제 자랑이 되지 않는다
폐가 아픈 일도
이제 자랑이 되지 않는다
눈이 작은 일도
눈물이 많은 일도
자랑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작은 눈에서
그 많은 눈물을 흘렸던
당신의 슬픔 아직 자랑이 될 수 있다
나는 좋지 않은 세상에서
당신의 슬픔을 생각한다
좋지 않은 세상에서
당신의 슬픔을 생각하는 것은
땅이 집을 잃어가고
집이 사람을 잃어가는 일처럼
아득하다
나는 이제
철봉에 매달리지 않아도
이를 악물어야 한다
이를 악물고
당신을 오래 생각하면
비 마중 나오듯
서리서리 모여드는
당신 눈동자의 맺음새가
좋기도 하였다
박준 시인의 <슬픔은 자랑이 될 수 있다>
지금 힘든 시간들이
나중엔 누군가를 위로해줄 수 있는 자산이 될 거예요.
‘맞아 나도 그랬어’
‘나도 아픈 적이 있었어’ 라고
슬픔을 자랑한다면
그 사람에게 큰 힘이 될 수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