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 17 (월) 아직은 연두
저녁스케치
2017.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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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연두가 좋아 초록이 아닌 연두
우물물에 설렁설렁 씻어 아삭 씹는
풋풋한 오이 냄새가 나는 것 같기도 하고
옷깃에 쓱쓱 닦아 아사삭 깨물어 먹는
시큼한 풋사과 냄새가 나는 것 같기도 한 연두
풋자두와 풋살구의 시큼시큼 풋풋한 연두,
난 연두가 좋아 아직은 풋내가 나는 연두
연초록 그늘을 쫙쫙 펴는 버드나무의 연두
기지개 쭉쭉 켜는 느티나무의 연두
난 연두가 좋아 초록이 아닌 연두
누가 뭐래도 푸릇푸릇 초록으로 가는 연두
빈집 감나무의 떫은 연두
강변 미루나무의 시시껄렁한 연두
난 연두가 좋아 늘 내 곁에 두고 싶은 연두,
연두색 형광펜 연두색 가방 연두색 팬티
연두색 티셔츠 연두색 커튼 연두색 베갯잇
난 연두가 좋아 연두색 타월로 박박 밀면
내 막막한 꿈도 연두빛이 될 것 같은 연두
시시콜콜, 마냥 즐거워하는 철부지 같은 연두
몸 안에 날개가 들어 있다는 것도 까마득 모른 채
배추 잎을 신나게 갉아 먹는 연두 애벌레 같은, 연두
아직 많은 것이 지나간 어른이 아니어서 좋은 연두
난 연두가 좋아 아직은 초록이 아닌 연두

박성우 시인의 <아직은 연두>


비를 살짝 맞은 연두빛 나뭇잎들이 싱그럽습니다.
마치 개울가에서 놀다온 아이들처럼 해맑게 웃는 듯합니다.
너무 여려 손을 가까이 하기에도 아까운, 예쁜 연두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