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스듬히
몸을 기울여야 보이는 것들이 있다
꼿꼿한 자세만으로는 볼 수 없는
세상과 사람의 틈
비스듬히 보아야
세상이 만만해 보일 때가 있다
예의처럼 허리를 숙여야 오를 수 있는 산비탈 집들
첫차에 등을 기댄 새벽의 사람들
기대고 싶거나 주저앉고 싶을 때
손 내밀고 어깨 주는 것은
언제나 비스듬한 것들
삐딱하다는 것은
홀로 세상에 각을 세우는 일이지만
비스듬하다는 말은
서로의 기울기를 지탱하는 일
더러는 술병을 기울이면서
비스듬히 건네는 말이
술잔 보다 따듯하게 차오를 때가 있다
권상진 시인의 <비스듬히>
人 이라는 글자는
두 사람이 서로 기대있는 모습을
보고 만들었다고 하죠.
그렇게 우린 서로에게
비스듬히 기대 살고 있습니다.
혼자라고 느껴질 땐 몸을 살짝 기우려보세요.
누군가의 넓은 등이 나를 든든히 받쳐주고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