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이렇게
낚시나 하는 거야
허망한 인생살이
죄다 잊어버리고
푸른 강물 속으로 스러지는
한 접시 저녁노을 바라보며
담배 한 대 붙여 물고
조용히 어둠을 기다리듯
한세상 그렇게 사는 거야
고기를 못 잡으면 어때
이따금 바람이 불어오고
그때마다 흔들리는
강변의 들꽃들처럼
조금씩 남몰래 서걱이다가
달이 뜨고 별이 뜨고
어둠 속 어디선가
소쩍새 울거드면
남은 내 목숨도
허공에 떠돌게 하며
오욕(五欲)의 여린 뿌리까지
모두 잘라내는 거야
양승준 시인의 <낚시론>
그래요. 고기 좀 못 잡으면 어떤가요?
인생살이의 시름을 등지고
푸른 강물 옆에 앉아
풀벌레 소리도 듣고
물가에 비친 노을도 봤으니
그것만으로도 행복하지 않나요?
마음을 비우는 순간, 얻게 됩니다.
낚시대를 놓아버리면
달빛의 아름다움이 보이는 것처럼 그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