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이여, 저는 아주 키가 작은 나무이고 싶어요.
우리들은 모두 다 외로움의 대지에
뿌리를 깊이 내린 나무들입니다.
나무들은 모두 고독으로부터 벗어나려고
몸부림치고 있어요.
그래서 대지와는 정반대 방향인 하늘만을
바라보고 있지요.
키가 비슷하게 작은 나무들은, 서로의 가슴 위로 불어가는
크고 작은 바람들을 함께 알아요.
모두들 외로움에 깊게 지쳐 있기 때문에
나무들은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키가 큰 나무들은 그 큰 키만큼
고적하고 외롭습니다.
하늘만을 바라볼 수 있을 뿐,
서로가 마주 보며 사랑을 나눌 수 있는
나무가 적으니까요.
님이여, 그래서 저는 아주 작은 한낱 잡목이고 싶어요.
키 큰 나무는 되고 싶지 않아요.
비록 아무 의미도 없이 쓰러져 땅속에 묻혀 버린다고 해도,
저는 그저 외롭지 않게 한세상을 살며
꿈꾸듯 서로 바라보며
따사롭게 위안 받을 수 있는
그런 많은 이웃들을 가지고 싶습니다.
마광수 시인의 <사랑받지 못하여>
큰나무가 아니라고 속상해 말고
잡목이라 비관하지 마세요
매일 눈 맞추며 인사할 수 있는 가족이 있고
귀하게 여겨주는 친구들이 있으면 그만이죠.
외롭지 않은게 그게 장땡이예요.
외롭지 않으면 그게 가장 행복한 거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