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 25 (화) 햇빛이 말을 걸다
저녁스케치
2017.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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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는데
햇빛이 이마를 툭 건드린다
봄이야
그 말을 하나 하려고
수백 광년을 달려온 빛 하나가
내 이마를 건드리며 떨어진 것이다
나무 한 잎 피우려고
잠든 꽃잎의 눈꺼풀 깨우려고
지상에 내려오는 햇빛들
나에게 사명을 다하며 떨어진 햇빛을 보다가
문득 나는 이 세상의 모든 햇빛이
이야기를 한다는 것을 알았다
강물에게
나뭇잎에게
세상의 모든 플랑크톤들에게
말을 걸며 내려온다는 것을 알았다
반짝이며 날아가는 물방울들
초록으로 빨강으로 답하는 풀잎들 꽃들
눈부심으로 가득 차 서로 통하고 있었다
봄이야
라고 말하며 떨어지는 햇빛에 귀를 기울여본다
그의 소리를 듣고 푸른 귀 하나가
땅속에서 솟아오르고 있었다

권대웅 시인의 <햇빛이 말을 걸다>


오늘도 창문을 뚫고 들어온 햇빛이
이마를 툭 건드립니다.
요즘처럼 햇빛이 놀자고 보채는 날엔
푸른 잔디 위에 하늘을 보고 누운 채
그저 햇빛이 하는 말에 귀를 기울여보고 싶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