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 13 (수) 뿌리 내리기
저녁스케치
2024.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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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되어 앞마당은 무얼 심을 것을 달라고 아우성친다 나는 농원으로 가서 손가락 굵기만한 묘목을 이것저것 사다 심었지만 심은 표시가 없다 그래서 청주의 안나 할머니 댁으로 가서 예전에 살던 집에서 옮겨둔 나무를 싣고 왔다
삼년 동안이나 나무를 맡아 길러준 안나씨 내외는 화사한 봄볕 속에서 맨발로 배추씨를 놓고 있었다 능소화 희양목 백목련 산수유 단풍나무 해당화...... 안나씨댁 아저씨는 꽃이 참 예쁘다는 까치밥이랑 더덕이랑 도라지씨까지 은근히 챙겨준다 나무는 멀리서 옮겨져와서 바로 뿌리가 흙에 묻혔다 며칠이 지나 어떤 것은 바로 움을 틔우고 어떤 것은 비실비실하였다
봄비 끝에 뿌리를 잘 내려가는 나무들을 보면서 나도 이 새로운 땅에 내 삶의 뿌리가 튼튼히 내려지기를 소망한다
이동순 시인의 <뿌리 내리기>
여름이 내실을 다지는 계절이고
가을이 결실을 맺는 계절이라면
봄은 뿌리가 튼튼해지는 계절.
바람 요란한 봄비에도 땅에 스며들어
푸릇한 싹을 틔우는 씨앗의 뿌리처럼,
새 마음으로 시작한 모든 일들이
봄을 지나는 동안 더 안정적이고
단단하게 뿌리내리길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