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 14 (목) 떠나지 않는 여행자
저녁스케치
2024.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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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들도 여행자야
가만히 서 있는 것 같지만
씨앗일 때는 새들을 타고
하늘도 날아다니고
뿌리가 돋으면
여기저기 뻗어갈 수 있지
나무처럼 난 떠나지 않을래
난 떠나지 않는 여행자야
한자리에 가만히 서서
돌 하나, 나뭇잎 하나를
찬찬히 지켜볼래
돌멩이의 주름은 어떻게 생겼을까
이 주름은 어느 바위
산에서 떨어져 나올 때의 흔적일까
주름 따라 산도 가고 강도 가고
돌멩이를 쪼던 바람도 따라가 보는 거지
나뭇잎 속의 무늬는
지문 같고 지도의 등고선 같아
나는 어디로든 갈 수 있지
처음 떠난 곳으로 다시
돌아오는 것이 여행이라면
어때, 나와 여행 가지 않을래
떠나지 않는 여행
손택수 시인의 <떠나지 않는 여행자>
세상에 온 순간부터 우리 모두는 여행자.
어디론가 떠나지 않고 한 자리에 머물러 있어도
언제나 기나긴 인생이란 여정 속에 있지요.
그러니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주위를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기로 해요.
그렇게 하루하루 새로운 여행을 시작하는 거예요.